도서 소개
동시 한 편에 짧은 산문 한 편 『언제나 3월에는』 신복순 시인의 동시 산문집. 2007년 《월간문학》 동시 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신복순 시인의 동시와 함께하는 산문집이다. 시인은 2014년 세종도서로 선정된 바 있는 동시집 『고등어야, 미안해』 이후 천천히 조용한 걸음으로 글도 쓰고 그림도 그려왔다.
시인의 행보는 자신의 속도에 맞춤 맞게 넘치거나 과하지 않은 즐거운 산책과도 같다. 그러기에 신복순의 글에서는 조용하고 순한 호흡이 느껴진다. 동시와 짧은 단상들이 서로 어우러져 시인이 직접 그린 소박한 그림과 함께 잔잔한 빛으로 반짝이고 있다.
출판사 리뷰
동시 한 편에 짧은 산문 한 편
동시는 대체로 길지 않다. 길지 않은 동시에 굳이 시작 메모 같은 짧은 단상들을 붙일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는 독자들께 일독을 권해 드린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여름에 입던 홑겹 옷에 한 겹 더 옷을 입듯 『언제나 3월에는』은 그러하다. 동시와 짧은 산문(시에 대한 단상)들이 “산문 하나가 시 하나를 안는다는 느낌”으로 나아간다.
아이들은 글을 쓰기 이전 손아귀에 적당한 힘이 생기면 하얀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 그림은 맨 처음에는 흔적이었다가 선이었다가 마침내 동그라미가 되고 사람이 되고 산이 되고 토끼가 되고 나무와 꽃이 된다. 『언제나 3월에는』을 따라 걷다 보면 그런 느낌을 받는다. 시인이 직접 그린 그림을 비롯한 글 그리고 생각들이 조그마한 돌멩이 위에 꽃잎 따다 올려놓은 순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동심을 따로 말하지 않더라도 시인이 책에 남긴 엄마에 대한 헌사 “나를 정성껏 키워준 엄마께 이 책을 바칩니다”는 시인의 아이됨과 모성에 대한 그리움을 깊게 아로새긴다. 어떤 대상이 그리우면 그림을 그리게 되는 게 아이들이 본디 가진 심성이 아닐까. 강가에 홀로 나가 모랫바닥에 나무작대기로 동글동글 그리다 보면 그게 결국은 그리운 사람의 얼굴이 되니까 말이다.
가수 양희은이 쓴 신문 칼럼(이후 단행본으로 엮임)에도 소개된 시인의 작품 「이월과 삼월」은 시의 생명력과 어디까지 가닿을지 모르는 신나는 여행(양희은은 이 시를 미국에 사는 친구로부터 소개받았다고 한다)을 떠올리게 한다. 시인의 시는 그렇게 자신만의 걸음걸이를 가지고 또 어디론가 여행을 하고 있을 것이다.
봄을
빨리 맞으라고
이월은
숫자 몇 개를 슬쩍 뺐다
봄꽃이
더 많이 피라고
삼월은
숫자를 꽉 채웠다
―「이월과 삼월」 전문
“이 시는 이미 발표되었던 시이다.
그것도 오래전에.
시에 대한 내 생각을 이야기할 때
이 시를 빼고 할 수가 없다.
오랫동안 시에 대해 자신이 없어
머뭇거릴 때 해마다 이월이 오면
내게 시인이라고 알려준 시이다.
부족한 내가 이 시로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양희은 님이 쓴 에세이 『그럴 수 있어』에도 실려 있어
더 알려지게 되었다.
양희은 선생님,
지면으로 인사드려요. 감사합니다.
추운 겨울 끝자락에서 봄을 기다리는 마음에 이 시가
가닿은 것 같다.
그리고 아직도 시를 놓지 않고 있는 것은
이 시 덕분이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 ‘나오는 글’에서 시인은 다음과 같은 묵직한 말을 남긴다.
“시 하나에 하나의 세계가 열립니다.
시는 단순히 여러 단어의 조합이 아닙니다.
여기 실린 시에는
엄마와 이별하는 슬픔이 녹아있고
삶을 뒤돌아보는 성찰이 있고
생명의 신비로움을 경외하는 마음이있습니다.
내가 살아가는 삶을 표현하는 방식이 시이기도 합니다.”
날이 어두워지자 할아버지가 그랬어
곧 비가 오겠군
해는 온다고 하지 않아
늘 하늘 높은 곳에 머무르고 있지
그곳에서 빛나고 있어도
과일이 익고
꽃이 피어나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것이지
나에겐 엄마라는 존재가 그래
지금 세상에 없지만
내 마음속 깊이 언제나 있어
따스한 해처럼
―「엄마라는 존재」 전문
▶이 시를 쓸 때도
눈물이 났고 다시 읽을 때도
여전히 눈물이 난다.
이 세상에 없는 내 엄마.
엄마를 잊을 수 있을까?
다정하고 언제나 나를 바라보던,
내 편이 되어주었던 엄마.
이젠 내가 엄마가 되었다.
언젠가 나도 이 자리를 비우게 되겠지.
그것도 슬프다.
자식들이 슬퍼할까 봐.
종교가 없는 사람은 있어도
엄마가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정이 있어 엄마를 모르고 살 수는 있겠지만.
신보다 엄마가 상위라는 소리는 아니다.
가장 가까이에서 늘 지켜보는 엄마.
하늘이 맺어주는 고마운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는 사람도
마음속에 해처럼 따스함이 깃들길 소망한다.◀
햇살이
노란 은행나무를
환하게 비추었지
앞은 화사하게 빛났지만
뒤쪽은 어두운 그림자가 생겼어
마치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햇살은
밝은 면만 만들지 않아
어두운 뒷면도 살펴보라고
항상 두 면을 같이 만들지
―「앞면과 뒷면」 전문
작가 소개
지은이 : 신복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지냅니다. 즐겁게 산책도 하면서요. 2007년 《월간문학》 동시 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습니다. 지은 책으로 동시집 『고등어야, 미안해』(2014년 세종도서 선정) 『살구나무 편의점』(공저), 쓰고 그린 그림책 『가슴이 쿵쿵쿵』 등이 있습니다.
목차
들어가며_ 시 한 편에 짧은 산문 한 편
청보리 / 도동서원 은행나무
늦게 피는 꽃 / 하얀 목련
산골에 사는 눈사람 / 노른자
엄마라는 존재 / 잠만 자던 감자
햇살 병문안 / 앞면과 뒷면
비 오는 날 / 가을에는
그렇게 살 수 있을까?
뜸 들이는 시간 / 지겨웠던 나무
물수제비 / 사랑 더하기
마음이 필요해 / 바빠진 땅
동그라미로 / 사과나무가 사는 법
호박 / 겨울도 기쁘게 생각할 것 같아
새롭게 시작해 / 크레파스
우산 / 주차선 / 쌀
우리 집 주소가 없다면 / 종이 대화
쳇바퀴 / 파도 / 엄마 흙
나무 엄마 / 겨울나무와 새
터널 / 도깨비바늘
감나무 / 난감한 느티나무
별똥별 / 까치 쉼터
밀물과 썰물 / 꽃 잔치
소중해서 / 탄생
채송화에게는 / 이월과 삼월
당당히 살자 / 국수 이야기
탱자
나오며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