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2011년 영남일보, 201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여『아무것도 아닌, 모든』등 세 권의 시집을 출간하여 주목 받은 변희수 시인이 2023년 우수출판콘텐츠로 선정된 동시집『가끔 하느님도 울어』를 펴냈다. 시단에서 존재론적 사유를 통해 개성적 시세계를 보여주었던 시인이 미답지가 많은 동시계에 첫 발을 내디딘 셈이다.
출판사 리뷰
가끔 엉엉 울어도 괜찮다는 말-
변희수 시인의 동시집에서 가장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그의 작품들이 상투적이고 정형화된 동시 문법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이 우리 동시계에 새로운 자극과 활력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자기소개서를 썼다
딸기는 달콤함이
사과는 새콤함이
수박은 시원함이
특징이라고 썼다
토마토는 닝닝밍밍 하다고 썼다
채소 과일 다 잘 어울리는
성격이라고 썼다
-「자기 소개」전문
인간은 모두 같고, 모두 다르다. 각자의 개성, 각자의 모양, 각자의 습관이 있다. 각각의 고유성은 그 자체로 완전하고 특별하다. 외양은 모두 다르지만 그 자체로는 어떠한 위계도 차별도 없다. 존재의 평면에서는 모두 동등하고, 각각의 개체들이 서로 기대어 산다. 딸기, 사과, 수박은 고유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다름’은‘틀림’이 아니라 차별화된 특성을 말하는 것이고, 다른 존재와 구별되는 장점을 일컫는다. 그 어떤 것으로도 침해당하거나 훼손될 수 없는 특별함이다.
화자는 토마토의 특징을“닝닝밍밍”이라고 표현했다. 딸기, 사과, 수박처럼 특징적인 맛이 없다. 단 것도 쓴 것도 시원한 것도 아니다. 말 그대로“닝닝밍밍”이다. 얼핏 보면 아무 개성이 없는 채소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 시적 반전이 있다. 다른“채소 과일 다 잘 어울리는”것이 토마토다. 토마토는 당당하고 자기 목소리가 분명하다. 모두와 잘 어울리는 조화와 상생이 토마토의 뛰어난 미덕이고 장점이다. 이러한 특징이 화자가 토마토라는 채소를 통해 독자에게 건네고자 하는 내용이다. 우주 만물은 거대한 그물망으로 연결되어 있다. 양자역학에서도 서로 다른 광자의 상태는 특별한 방식으로 상호 이어져 있다고 말한다. 우주의 원리를 구현한 토마토의 자기소개가 아름다운 교향악처럼 들리는 까닭이다.
-홍일표 시인의 해설 중
가로등 1이 갈 수 없는 곳을
가로등 2가 가고
가로등 2가 갈 수 없는 곳을
가로등 3이 가고
가로등 3이 갈수 없는 곳을
키 작은 가로등이 간다
내가 가면
환하게 밝아지는 우리 집
딩동 딩동
불 밝히러
내가 간다
―「키 작은 가로등」 전문
게임도 덜 끝났는데
자꾸 부른다
공원에
꽃 보러 갈 거야 말 거야
엄마가 부른다
놀러 올 거야 말 거야
벚꽃이 부른다
지금 안 나오면 가버린다고
둘이 동시에 부른다
기다리다가 부글부글
엄마보다 꽃이 먼저 폭발했다
꽃보다 엄마가 먼저 시들었다
―「엄마와 벚꽃」 전문
허탕 치는 일 없도록
꼼꼼하게 줄을 친 어미 거미가
어린 거미에게 말했습니다
이제 산 입에 거미줄은 치지 않을 거야
날뛰지 말고 얌전히 기다리고 있으면
밥줄은 지킬 수 있을 거야
봐, 겁 없이 돌아다니는
날벌레들이 참 많지
―「줄」 전문
작가 소개
지은이 : 변희수
유별나게 문과적입니다. 시 소설 그림 음악을 무조건 좋아하며 시를 생각하는 날이 조금 더 많습니다.2011년 《영남일보》 신춘문예, 201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로 등단하였습니다.시집으로 『아무것도 아닌, 모든』 『거기서부터 사랑을 시작하겠습니다』 『시민의 기분』을 냈으며 3권 모두 문학나눔도서에 선정되었습니다. 2018년과 202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아르코문학창작지원을 받았습니다. 천강문학상과 제주4·3평화문학상을 수상하였고, 2023년 첫 동시집 『가끔 하느님도 울어』가 한국우수출판콘텐츠에 선정되었습니다.
목차
시인의 말_가끔 엉엉 울어도 괜찮아
1부 자꾸 딴 곳을 쳐다보며 왈 그런다
자기소개 012 엄마 없는 아이 013 양파 까기 014
봉순이의 진심 016 잊어버린 내 생일 017
색깔의 기분 019 하루 종일 웃는 호수 020
잘 풀리는 머리 022 컵의 성질 023 키 작은 가로등 024
신호등 025 콩 자루 026 덩칫값 028
사람이니까 029 눈물의 이유 031
2부 놀러 올 거야 말 거야
풀밭 위의 식사 034 <길고양이 알림> 036
굴삭기의 사과 037 엄마와 벚꽃 038 개구리의 일기 040
바글바글 청개구리 041 또르르 고사리 042
바람이 지은 농사 043 줄 044
물의 옹알이 045 산딸기의 공부 046 가족 047
힘내라, 단풍 048 그러니까 무승부 050 귀뚜라미 051
동그라미 왕 052 할머니의 홍두깨 054
3부 동네방네 다 들리도록 뻐꾹
구멍 난 도넛 058 얼굴 꽃 060
각얼음 062 피가 멈췄다 063 정직한 연잎 064
나이테 065 진짜 꿈 066 잔소리 067
물방울의 여유 068 사람 꼬리 070 뜸 072
신기한 문 073 바닷물에서 눈물 맛이 나 074
넌 아직 멀었어 076 안아주는 맛 077
해설_ ‘닝닝밍밍’ 세계의 아름다움_ 홍일표 시인